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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이라는 여행
생각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by 아르케모션 2020. 5. 8.

조금 느리게 하면 안 될까?


 언제부터 인가. 우리는 참 많이 빨라졌다. 뭐든지 순식간처럼 지나간다. 느낄 겨를도 없이... 바람 타고 가버린다. 잠시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고, 귀를 기울이면 느껴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 

 이쁘게 피어난 그렇지만 끈질긴 생존의 모습을 한 길 꽃을 보고 있노라면 고놈 참 이쁘기도 하고 내심 나보다 강한 놈은 아닐까라는 생각해 본다. 과연 나는 현재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물론 나도 남들처럼 빨리빨리 모든 걸 단조롭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생각하며 지나쳤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수술과 동시에 나는 같은 공간에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예전처럼 머리는 빨리빨리라고 외치지만 몸은 따를 수 없고 할 수도 없다. 어찌 보면 이 상황은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우주와 자연이 나에게 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건 아닐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의사에게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과 원망, 안타까움, 절망, 걱정 등등 무수히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였다. 그 느낌은 꼭 분명 시한부가 아닌데 시한부 같은 느낌인데, '시한부 환자분들'은 오죽할까?'라는 생각과 안도의 한숨도 나왔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이 이럴 때에 쓰이려나? 병원을 나와서 나는 연달아 담배를 피웠다. 집에 돌아와서는 나는 와이프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고, 그녀 역시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대해주었다. 오히려 그런 점에 나는 위안을 삼았다. 신기하지만 막상 느껴보면 대부분 그럴 꺼라 본다. 호들갑 떨면서 '어떡해 어떡해' 외치는 상대방보다 '응, 그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괜찮아'라는 무언의 눈빛과 짧은 대답이 오히려 그 당사자에게는 좋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내가 느껴보지도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죽음을 눈 앞에 두었던 이들은 어떠했을까? 그 건 솔직히 모른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두 번의 수술을 끝내고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이지만, 아직 한 번의 수술이 더 남았다. 그 기간이 개인적인 사정과 겹치며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전보다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고 성격이 바뀌는 건 아닌 것 같다. 성격은 어디에도 나와 있듯 정말로 바꾸기 어렵다. 이건 태어난 그 만의 DNA 같은 것이니까. 점점 시간이 갈수록 변하기 시작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변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일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 그런 건 이제 내가 죽기 전까지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면서 느끼는 건 죽음이 다가왔다면 얼마나 후회가 되었을까? 인생은 정말 한번뿐인데.. 누군가 사람은 죽으면 하늘나라 간다고 하고, 누구는 죽어서 다시 환생을 한다고 하는데, 나로서의 인생은 단 한번뿐이다. 게임처럼 재도전이 없는 오직 단 한 번의 기회. 이 큰 우주의 단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우리는 어떻게 쓰고 있는가? 이 질문은 내가 해도 너무나 크고 어렵다. 이 건 나름대로 각자 고민해 보고! 넘어가자.

 정말로 그렇게 단 한번의 인생을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쏟아서 허망하게 날리는 게 좋을 것인가? 그렇다고 모두가 내가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한다는 건 죽어도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내가 느낀 것은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느꼈고, 빨리빨리 하다 보면 놓치는 것도 정말 많다.' 이니까. 보통 뭔가를 시도할 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면서 스스로 안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러지 말자. 모두가 원하는 것을 그냥 시작해 봤으면 좋겠다. 잠깐! 미안하지만 여기에 범죄는 포함 안된다.

 어차피 결과는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인생은 그렇다. 정답이라는 게 없다.  웃기는 건 알면서도 안 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예전의 나처럼! 물론 누구나 똑같을 수 없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한번뿐인 인생 후회라도 없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면서 빨리 가면서 느끼고 보는 것도 많겠지만, 잠시 느리게 가거나, 멈추어서 느끼고 보는 건 어떨까? 여러분이나 나나 어차피 평생 살 수가 없다. 그러니 우리 살아있을 때만이라도 후회 없이 즐겁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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